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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자료] [기사] ① ‘말아톤’ 배형진씨 - 한겨레&푸...
  
 작성자 : 여성회
작성일 : 2008-12-29     조회 : 3,983  

☆★한겨레-푸르메재단 공동캠페인 <희망의 손을 잡아요- 우뚝 선 장애인>☆★
  - 배형진, ‘극기’의 질주 끝내고 여유로운 산행 시작
.............나를 키운 건 8할이 산, 그 품 속으로
.............‘향수’ 부르며 느긋…9월엔 ‘백두산에 가요’

**머릿말...**
  여기 장애와 가난, 그리고 절망의 끝자락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일으켜 세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희귀 질환과 중증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이 땅에 우뚝 선 장애인들입니다. <한겨레>와 푸르메재단이 공동으로 펼치는 캠페인 <희망의 손을 잡아요-우뚝 선 장애인> 시리즈를 통해 이들을 소개합니다.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씨의 이야기 <산으로 간 ‘말아톤’>를 시작으로, 한국의 ‘스티브 호킹’이라고 불리우는 이상묵 서울대 교수, 전동휠체어로 35개국을 횡단한 최창현씨, 운동 도중 하반신 마비가 됐지만 존스홉킨스대학 재활의학과 의사로 우뚝 선 이승복 박사 등 20여명의 장애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고통을 딛고 일어선 장애인들의 이야기는, 독자 여러분들께 왜 우리 삶이 소중하고 희망을 가져야 하는가를 말해 줍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새로운 희망을 움켜쥐길 기대합니다.  

**바탕글...**
              *-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무더위가 온 천지를 짓누르던 지난 7월 9일,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등산로. 낯익은 청년이 조용필의 ‘허공’을 흥얼거리며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초록의 청량감을 무색하게 하는 한낮의 뜨거운 대기 속에서도 그 흥겨움이 신선하다.
배형진 씨(26). 바로 지난 2005년 개봉돼 무려 5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이다.

“안녕하세요! 말아톤!”
“파이팅!”

월, 수, 금 아침마다 이곳 등산로를 찾는 그는 역시 유명인이다. 그를 알아본 등산객들이 빠짐없이 인사를 건넨다.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다. 땀을 흘리며 걷다보면 귀찮을 법도 할 텐데, 이런 ‘불쑥 인사’에 일일이 응하는 이 청년, 참으로 선하다.  사실 ‘말아톤’과 산의 인연은 오래됐다. 마라톤보다 한참 먼저 시작한 운동이 바로 등산이었다. 산을 오르며 체력을 기른 기간이 10년 남짓. 어릴 적부터 다져온 그 힘으로 마라톤에 도전할 수 있었다. 물론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아이를 붙잡느라 처음엔 부모가 모두 따라 나서야 했다.
  뜻밖에도 등산의 ‘효험’은 탁월했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중심을 잡아야 했고, 장애물도 뛰어 넘어야 했다. 의젓하고도 유유하게 산길을 오르는 배형진 씨. 알고 보니 산이 키운 사람이었다. 어머니 박미경 씨는 아들이 산을 오르며 자신을 통제할 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예전에 등산을 할 때는 힘들면 힘들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표현을 하지 못했어요. 요즘은 자기표현도 할 줄 알고, 한 박자 쉬면서 조절하는 능력이 생겼어요.”



              *- 마라톤 잊고 ‘자연’ 즐기는 다정한 모자

  배 씨의 산행은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마라톤과 여러모로 다르다. 결승점을 향한 ‘극기’의 질주와 자연을 온 몸으로 느끼는 ‘여유’의 걸음은 언뜻 정반대의 이미지로 읽힌다. 마라톤이 비록 ‘성취’의 의미를 깨우쳐 주었을지는 몰라도,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낯선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틈’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완주와 기록’만을 위한 마라톤은 그만두기로 했다.

“형진이가 노래를 좋아해요. 노래방에서 두 시간을 보낸 적도 있어요. 음감이 좋아서 맘에 드는 멜로디는 늘 따라 부르곤 하지요.”

  아들과 함께 산길을 오르는 한걸음 한걸음, 어머니에게는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고 다가올 날들을 내다보는 값진 사색의 시간이다.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들에게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주어야 하는 부모의 심정,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몸과 마음을 강하게 키워야 했다. 스스로 삶을 챙길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엄하게 이끌어갈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그래서 아들에게 마라톤을 시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인생’을 꾸려가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아들과 함께 산을 오르내리며 내린 결론이다.

“마라톤 훈련시킬 때는 ‘계모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죠(웃음).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이제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직장생활에 ‘상심’…삶의 풍요 찾아 서울 떠나기로

  ‘즐기는 삶’으로 아들의 인생항로를 잡은 어머니. 그 결정이 어찌 쉬웠을까. ‘일’을 통해 사회 속에서 자아를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왜 없었을까. 실제로 직업을 통한 ‘홀로서기’를 시도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정부보조금이 줄었다는 회사의 말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결국 지난 해 배형진 씨는 4년에 걸친 직장생활을 마감했다.  다른 회사를 알아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배형진 씨의 ‘지명도’에만 관심이 있을 뿐, 영 마땅치 않았다. 무엇보다 배형진 씨 본인이 이제 일을 하기 싫다고 한다. ‘대한민국 대표 순수청년’이 회사생활에 고개를 가로젓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마음은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아직 주위에 알리지 않았지만, ‘말아톤’ 가족은 서울을 뜬다. 8월 말이면 강원도 원주에 새 둥지를 튼다. 이미 그곳에 30평 대 아파트를 계약했다. 어머니는 마음이 아주 편하다.

  “원주 치악산을 다녀왔는데, 형진이가 아주 좋아했어요. 지금보다 훨씬 넓은 집이라 없던 자기 방도 생기게 되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원주는 사실 어머니 박미경 씨의 고향이다. 아들에게 이모와 외삼촌, 그리고 사촌들이 사는 고장이 한결 편안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이 좋아하는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 아닌가.


              *- “‘내 자식’ 넘어 ‘함께 걷는 삶’ 고민할 때”

 그러나 더 큰 이유가 있다. 아들이 ‘즐기는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도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기에 서울이라는 곳이 부적합하다고 느껴졌다.  어머니는 지금껏 “형진이보다 하루만 더 살다가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해왔다. 형진 씨에게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절박한 의미인지 한 마디로 설명해주는 말이다. 그만큼 온 몸과 마음을 자식에게 바쳐온 세월이었고, 그 밖에는 눈길을 보낼 여력이 없었다.

  “내 자식의 문제가 너무도 크다보니까 다른 사람들의 아픔은 관심 밖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손잡고 천천히 걷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도전과 성공의 땅, 그러나 각박한 곳이었던 서울을 떠나 이름도 고운 원주로 향하는 ‘말아톤’의 마음은 느긋하고 평안하다.  배형진 씨는 원주에 가면 산악 트래킹을 본격적으로 해볼 계획이다. 9월에는 푸르메재단이 주최하는 <장애청소년 백두산등반대회>에 엄홍길 대장과 함께 ‘출연’한다. 또 자신과 같이 자폐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자원봉사에도 나선다.


            *- ‘말아톤’ 인생의 전환점…9월 엄홍길 대장과 백두산 등반

  지금 어머니와 아들은 인생의 항로를 부드럽게, 그러나 극적으로 바꿔가는 중대한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를 넘어 ‘남’과 함께 ‘우리’가 되는 삶. 외롭고 거친 여정을 헤쳐 온 이 강인한 모자의 인생이 이제 그 폭을 넓혀가기 시작한 것이다.
‘말아톤’의 원주행은 더 밝고 건강한 삶을 위한 최선의 결론이다. 즐기면서 행복해지는 방법. 삶을 단순화시킴으로써 도리어 더 많은 것을 누리게 하는 방법. 아마도 ‘서울’에는 없는 모양이다. 서운함과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내 찾아드는 안도의 한숨. 우리의 ‘말아톤’은 이제, 틀림없이, ‘강원도의 힘’을 얻어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살아갈 제2의 인생은 또다시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며칠 전부터 배형진 씨는 ‘향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깨달음이 문득 스치고 지나간다.




                                                            글/사진=푸르메재단 임상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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