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비밀번호   자동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노동·경제] 영구 비정규직 고용조차 마다하는 기업
  
 작성자 : 대구여성회
작성일 : 2009-09-10     조회 : 1,393  

영구 비정규직 고용조차 마다하는 기업
 
 


분명히 하자.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지금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계속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조차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비정규직법(정확한 명칭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에서 ‘사용 기간 제한 2년’의 의미는,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한 뒤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본다는 것이다.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곧 ‘무기 계약직’(영구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계속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조차 못하겠다고 고집스럽게 버티는 이유가 무엇일까? 비정규직이 무기 계약직 노동자가 되면,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사업 규모가 축소될 경우에 마음대로 해고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모르고 하는 소리다. 경영 상태가 악화되거나 사업 규모가 축소될 경우에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도 얼마든지 해고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노동법에 친절하게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 24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가 바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조항이다. 정리해고 앞에서는 정규직과 ‘영구 비정규직’의 차이가 전혀 없다.

2년 동안 일했다면 어차피 그 회사에 계속 필요한 직책이다. 또다시 누군가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야만 한다. 2년 동안 일했던 숙련 노동자를 계속 영구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경우에 회사가 지불해야 하는 추가 노동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조차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정규직 노동자를 한번만이라도 만나 얼굴을 마주 대하고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화장실 한번 마음대로 못 가면서 10년 동안 일했어요. 어제가 아버님 제삿날인데 못 가 뵈었어요. 휴가 신청했다가 내년에 계약 연장이 안 될까봐요. 작년에 휴가 신청했던 사람들 모두 계약 연장이 안 됐거든요.”

“휴가를 내도 해고되고, 아파서 조퇴를 신청하면 ‘집에 가서 영원히 쉬라’고 했어요.”

그렇다. 비정규직 고용은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회사에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쉽게 봉쇄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미 그 단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렇게 저임금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나라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없어 저임금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기업,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능력이 없는 기업들은 빨리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오히려 시장경제주의에 부합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제도적으로 금지한 나라,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제도를 실시한 나라에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 진보ㆍ보수를 막론하고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성패는 실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에 달려있다. 유럽 선진국에서 ‘실직’은 곧 ‘교육’을 의미한다. 노동자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국가의 책임이기 때문에 노동자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노동 능력을 갖출 때까지 국가가 생계비를 지원하며 평생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를 논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노동자도 살고 기업도 살고 나라 경제도 살 수 있다. “함께 살자”는 노동자들의 구호는 그런 뜻이다.

<경향> 2009-07-08


네이트온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