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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글 깊은 이야기 1-//2006년 가을호
  
 작성자 : 여성회
작성일 : 2006-11-07     조회 : 830  

책속에서 만난 여인들 두명의 시몬느-


김상숙//소녀의 감수성으로 노동자의 삶과 인권을 뜨겁게 이야기하는 여성노동센터 실행위원


내가 『불꽃의 여자』라는 시몬느 베이유(1909-1943)의 전기를 만난 것은 열아홉의 가을이었다. 그 후 그녀는 나의 오랜 친구가 되었다.
그녀는 파리고등사범학교 시절부터 사회주의 운동을 했고 졸업 후 철학교사 생활을 하면서 노조활동을 했다. 그녀는 천재적인 지성을 가졌지만 동시에 손에 장애가 있었고 만성적인 편두통을 앓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몸으로 가난한 자들의 벗이 되고자 공장 노동자 생활을 했고, 파시즘에 저항하려고 스페인 내전에 참여했으며, 나중엔 외국인 노동자 지원활동을 했고 농부 생활도 했다. 내 기억에 그녀는 반(反)스탈린주의적인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웠다. 그리고 특정 종교에 속하진 않았지만 세상에 자신을 봉헌하며 영혼을 닦아나가던 수도자이기도 했다. 열아홉의 나는 그녀에게서 영웅의 모습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에 직면하며 완벽한 인간이 되고자 치열하게 노력하는 영혼의 맑음을 더 크게 느꼈다. 베이유와 동년배인 시몬느 드 보봐르(1908-1986)는 서로 소녀 시절에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베이유가 보봐르를 ‘잘난 체 하는 소시민’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그 둘은 친구가 되지 못했다. 그 일화 덕분에 나도 보봐르에 대해선 오랫동안 그런 선입견을 갖고 지냈다. 내가 보봐르의 『제2의 성』을 발견한 것은 20대가 지난 뒤였다. 그 때 나는 삶의 고비를 넘기며 삶에서 주체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절감하고 있었다.
비주체적으로 키워졌고 그로 인해 형성된 의존심과 결핍감에서 벗어나려고 자기애에 빠진 여성, ‘연애 종교’에 빠진 여성, 억압된 여성성을 종교에 대한 광신으로 대체하려는 여성…. 그리고 자립적이긴 하지만 가부장제 사회에서 아직은 해방되지 못한 채 부자유스러운 삶을 살면서 완전한 여성성의 실현을 꿈꾸는 여성…. 나는 어느 지점에 있는가. 나의 무의식은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이 진정한 해방의 길일까. 이것이 보봐르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직면했던 물음이다.“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이 책의 주제는 전후 제2기 페미니즘의 구호가 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풍요롭고 미려한 ‘문체’에 대한 부러움을 더 느꼈다. 신화학,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철학, 문학 등 여러 학문을 자유자재로 가로지르는 해박하고도 깊이 있는 지식은 이러한 ‘보봐르 식 문체’의 원천이 되는 듯하다. 전쟁시기에 폐결핵에 걸린 후 식사를 거부하다가 34살에 죽은 베이유, 그보다 두 배는 더 오래 살면서 노년까지 여성운동의 선봉에 섰던 보봐르. 두 명의 시몬느는 내가 20대에는 노동운동에, 30대에는 여성학에 관심을 갖는 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시몬느 베이유가 추구한‘양심에 순종하는 삶’과 시몬느 드 보봐르가 추구한‘자립적 주체로 사는 삶’이, 내게도 진정한 구원과 자유의 길이 되리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