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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보기와 읽기-//2006년 가을호
  
 작성자 : 여성회
작성일 : 2006-11-07     조회 : 904  

춤 세상 속 여성과 남성


채 명// 무용가



예술문화계에서 유난히 여성 예술가가 많은 곳이 춤 세상이다. 춤 예술의 특성상 미적 공감이 여성의 것과 공유가 쉬웠던 탓일까?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는 무용, 남자아이는 태권도라는 이분법적 체력단련 교육으로 손쉽게 열려져 있다. 약간은 사회적으로 편견적 인식에 맞물려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태권도학원에 가보면 한 두 명의 여자아이가 섞여있을 뿐 남자아이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반면, 무용학원에는 마치 여자아이들만의 교육장인 것처럼 여자아이들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무용이 예술로 승화되다 보니, 당연히 무용계는 여성이 득세를 하고 있다.
역사를 따라 거슬러 보면, 가깝게 조선시대는 왕을 위한 전업 무용수들은 대부분 여자들 아니면 화동이라고 하여 어린 남자무용수였고, 민중들 속에서 춤추는 이들은 거의가 남자들 일색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궁중무는 춤이 여성스럽고 정제되어 있으며, 민속무는 선이 굵고 흥겨운 춤이었다. 조선시대 유교적인 사회 환경은 보통 여성으로 하여금 감히 대중 앞에서 팔 다리를 흔들지 못하도록 하였다. 또한 결혼하지 않은 규수들은 담 너머 놀이를 멀리서 구경할 뿐 참여자가 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외설이 담겨진 놀이판의 춤은 결국 남자들의 몫이 된 것이다. 여장을 한 남자 춤꾼! 이 현실이 우리 역사 속 민속춤의 모습이다. 그 외에는 양반들이라는 소수 계층이 누리는 여기(女妓)들의 춤이 기방에서 독특한 춤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우리사회의 근대화는 궁중의 여성무용가를 민중 속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민중들은 닫혀 있던 공간에서 특별한 계층들만이 누리던 아름다운 여기들의 몸놀림에 빠져들게 되었고, 점차 춤은 여성의 몫이라는 편견이 자리 잡게 되었다. 다소 거칠었던 남자들의 여장춤은 천민대접을 받던 그들의 사회적 지위로 인해 함께 천대 받았고, 유교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는 남자들로 하여금 왕이 즐겼던 춤의 문화를 누리고자 하였다. 왕조시대에는 왕만이 여성의 춤을 궁중에서 즐겼다면, 근대화된 사회는 권번이라는 환경에서 양반이 아니어도 경제력이 허락하는 모든 남성에게 보편적으로 여성 춤의 문화를 제공하였다. 결국 남성이 득세하는 사회에서 춤은 여성의 몫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춤의 역사는 춤을 올바르게 발전시키는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1930년대부터 닫혀 진 공간이 아닌 무대 위에서 소위 예술이라고 불리는 춤이 선을 보였다. 일제 강점기에는 더 빨리 서구문물을 받아들였던 일본이 춤 문화를 우리나라에 유입시켰다. 신문물에 앞서 가던 선각자들 중에 춤을 췄던 소수의 남성무용가가 있었지만, 우리 사회는 여기들의 춤 문화에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여기와 광대라는 천한 계급이 행했던 춤을 집 안에서 중요 위치를 차지하지 않았던 여자들이라면 몰라도 감히 남자가 어떻게 춤을 추느냐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다른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자연스럽게 무용계는 여자들이 많아졌다. 1950년대부터 무대에서 행해지는 예술무용이 대두되면서, 정말 필요한 남자 무용수들이 공급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실제로 60~70년대는 남장을 한 여성무용가들을 어느 무대나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80년대 이후 춤도 예술의 한 분야라는 인식이 점차 인식되면서 남자들도 대학의 무용학과에 조금씩 입학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무용학과의 주류는 당연히 여학생이고, 남학생들은 실력이 좀 부족하여도 크게 환영을 받는 분위기이다. 문화에 대해 좀 더 진보적인 서울에서는 훨씬 많은 남자무용수들을 볼 수 있고, 이제는 제대로 개인기가 갖춰진 무용수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대구만 해도 무용계는 남자무용수가 귀하다. 춤 무대를 찾으면 여전히 여자무용수들이 대종을 이루고, 남자무용수들은 주역의 자리에 한두 명 만이
있는 공연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여장을 한 남자들의 춤이 ‘왕의 남자’에서 볼 수 있는 은밀한 문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면, 현대에 와서도 초기에 소수의 남성 무용수들이 춤을 출 때, 그들이 여성화되어 그들만의 기형적인 문화를 만들어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어느 사회든 남녀의 성 균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제이다. 그것이 깨어진 사회에서는 건전한 문화가 형성될 수 없다. 춤 세상에서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어서, 성의 어느 한 쪽이 과다해졌을 때, 언제나 기형적이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사회를 어지럽게 했던 것이다.
아직도 춤 예술가가 제대로 안정된 직업으로 인식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가정 경제의 중심이 되어 왔던 남자들이 직업으로 선택하는데 크게 망설이고 있다. 춤 예술가가 경제적으로도 괜찮은 직업이라고 보편적으로 인식될 때, 남녀의 성비율도 균등하게 나아가게 될 것이다.
남녀 성비가 균등해질 때, 그 속의 예술도 더불어 건전하게 또한 더 깊은 예술성을 가지고 발전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작품을 구상하는데, 남자무용수가 부족하여 원하는 작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이다. 그래야만 여장을 한 남성의 춤, 남장을 한 여성의 춤과 같은 서글픈 현실을 벗어나, 춤 세상도 보다 균형 잡힌 발전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과 재학 중 경북대민속문화연구회와 인연을 맺다
이후 한국 춤을 전공하고 혜화여고 무용교사로 7년 재직
현재 춤 공연 평론 일을 함